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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부 이야기 – 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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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주에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로케트를 만들어야겠다
어려서, 그리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SF 영화가 스타워즈 시리즈입니다. 이 영화야 말로 제가 물리라는 학문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주었고, 공부를 하게 만들어준 원동력 중 하나였습니다. (물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스타워즈의 영향이 100%이고, 공부를 하게 만들어준 이유는 여럿 있습니다. 후에 차차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다이의 신비로운 능력과 ‘포스’를 보며, 저는 정말 그것이 실재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우주의 작동원리를 알게 된다면 나도 제다이와 같이 만물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또 하나는 광속의 몇 배로 비행을 하며 우주를 여행하는 것이 어렸던 저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저 별을 우리는 정말 갈 수 있는 것인가? 이 지구 말고도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고등생명체가 있을까? 어릴 때부터 늘 그 신비를 궁금해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과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뭔지는 모르지만 이 과학이라는 것과 제가 꿈꾸는 제다이와 우주여행이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과학책을 많이 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과학책과 위인전을 좋아했습니다. 과학책은 앞과 같은 이유에서이고, 위인전은 저도 언젠가 저렇게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였습니다. 지금도 교보문고에서 플래티넘, 골드 멤버를 유지할 정도로 책은 많이 읽는 편입니다.) 당시 다른 친구들과 저의 차이가 무엇인가 굳이 생각해본다면, 저는 그러한 포스와 우주여행을 공상이 아니라 진심으로 믿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진심으로 믿는다’는 것은 그저 동경한다는, 또는 아이들의 허황된 망상이 아닙니다. 저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행동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쯤인가 지하철 2호선이 개통이 된 후로는 부모님이 데려가주시지 않아도 혼자서 종로에 있는 교보문고를 자주 갈 수 있게 되었고, 이유는 책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에는 제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책이 있었고, 저는 그 많은 책들 중에 저의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책을 찾느라 늘 보물찾기를 했습니다. 나중에 초등학교 5학년 때쯤 새롭게 알게 된 보물창고가 과천시립도서관이었데 이곳에 가면 정말 엄청난 책이 있었고, 필요하면 빌리거나 복사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 집은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신 후라 매우 어렵게 살 때이다 보니 무엇보다 복사해서 제가 자료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매리트였습니다. 보고 싶은 책을 매번 구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고 전부 기억하는 것도 저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으니, 그때부터 도서관은 저에게 정말 큰 보물창고였습니다. 그렇게 과천에서 저만의 로켓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나이에 고체/액체 로켓엔진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높은 열에 산화하지 않는 노즐의 소재와 구조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도 하며 말도 안 되는 도면도 그리곤 했습니다. 물론 당시 그런 것을 연구원이나 교수님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것이 공부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너무도 저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관심사항의 자료를 모으고 궁금증을 풀려고 노력할 때 알게 된 것이 과학을 하려면 ‘수학’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말을 통해 소통을 한다면, (마치 로켓의 궤적을 뉴튼 역학으로 풀듯이) ‘자연과 인간의 소통’은 수학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다른 친구들과 제가 달라지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1)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 수학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2) 자연의 언어를 알기 위해서 수학을 공부했습니다. 1)과 2) 두 가지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사람들은 알까요? 전자는 ‘수학점수’ 그 자체에 목표가 있는 것이고, 후자는 자연이 어떻게 수학적으로 표현되고 해석되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보통의 학생과 부모님이라면 전자에 중점을 둘 것이겠지만, 저는 후자에 관점이 있었고, 또 저의 꿈은 우주를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도 수학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영어를 잘 해야 외국인들과 이야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할 수 있듯이 제가 수학을 포기한다면 저는 더 이상 자연과 소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고, 늘 수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재미를 잃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로 제가 수학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고(자연현상을 해석해주고 설명해주니 얼마나 신기했겠습니까), 수학공부의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길고 장황하게 이야기를 끌어왔는데 결국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명확한 ‘동기’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동기’가 있어야 달리는 기관차의 엔진이 식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동기’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 채 성적에만 연연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도 (학생이 지치지 않고 부모님의 말을 잘 따라와 주기만 한다면) 좋은 학교를 가는 것은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좋은 학교를 진학하는 것, 딱 ‘거기’까지입니다. 과거 저희 교수님 시절보다 이후 후학들이 좋은 학교를 나오고도 큰 위인이 덜 나오는 것은 그저 좋은 학교를 나온 것이지, 내가 무엇을 해야겠다는 ‘동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동기’가 있으면, 분명 원하는 수준의 커리어를 걸어갈 확률이 크고, 남 보다 더 큰 인물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정이 힘들지 않고 지치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또 학무모님들께 과연 나의 ‘동기’는 무엇인지, 과연 ‘동기’를 가지고 있기나 한 것인지 다시 집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남들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러워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고, 나름 괜찮은 커리어로 살아왔고, 지금은 또 저의 꿈을 위해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그때 저의 ‘동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공부를 더 잘 했었더라면 더 좋았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후회가 지금에라도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더 잘 해보고 싶다고 노력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나 ‘동기’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잘 될 것이라고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동기’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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